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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언어장애인 의사소통 지원예산…"악속대로 반영하라"

한뇌협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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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언어장애인 의사소통 지원예산…"악속대로 반영하라"
서울시장애인권증진계획에 약속한 예산 1억 원 미반영
"언어장애인에게 유일한 의사소통 수단, 지원은 필수"
2014.11.18 16:11 입력 | 2014.11.18 20:42 수정



뇌병변장애인 차강석 씨(48세)는 심한 언어장애로 가족 이외의 사람과 말을 해본 적이 거의 없다. 이러한 차 씨가 4년 전 가족 품을 떠나 자립생활을 시작했다. 가족이 없으니 사람들과의 소통은 더욱 힘들어졌다. 

 

차 씨는 “힘들 게 ‘밥 달라’고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반찬을 주고, 물 달라고 하면 ‘뭐라고?’ 하면서 몇 번씩 되묻고는 인상을 쓴다. 이젠 거의 ‘포기했다’”고 토로했다. 가장 필요한 게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이지만 가장 힘든 것 또한 의사소통이다.

 

그중 가장 어려운 건 아침에 용변 보는 일이다. 사지마비의 장애인인 차 씨는 소변통에 소변을 본다. 그러나 차 씨의 활동보조를 처음 하는 이들은 이 사실을 모르고 차 씨 또한 이 이야길 하기 어려워 곤혹스럽다.

 

▲차강석 씨가 보완대체의사소통 기구 중 하나인 보이스웨이 마이토키을 이용해 발언하고 있다.

 

그런데 18일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주최로 서울시의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직접 나온 차 씨는 이러한 이야기를 직접 할 수 있었다. 보완대체의사소통(Augmentative and Alternative Communication, 아래 AAC) 기구 '보이스웨이 마이토키' 덕분이다.

 

차 씨는 “집에선 데스크탑에 롤러트랙볼을 설치하고 화상 키보드를 통해 왼발 하나로 워드를 친다. 그러나 외출 시엔 이를 이용할 수 없어 힘들다”며 “어디서든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선 AAC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뇌병변장애인 등 언어장애인을 위해 2013년 발표한 서울시장애인권증진계획을 통해 2015년에 의사소통지원센터 설립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서울시 장애인정책과에서 제출한 예산에는 당시 이를 위해 약속한 1억 여 원의 예산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회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서울시가 약속한 예산을 반영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18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주최로 AAC지원센터 예산확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사무국장은 “뇌병변장애인이 무슨 반찬을 먹고 싶은지도 표현하지 못하는 이 현실을 지금 당장 바꿔야 한다”라며 “서울시는 계획을 세웠으면 예산으로 실천하라”고 촉구했다.

 

중증중복뇌병변장애아동부모회 이정욱 회장 또한 “언어장애를 동반한 사지마비 장애아동들은 먹고 입고 싸는 것조차 부모와 소통되지 않는다. 소통할 방법을 본인도 모르고 부모도 모른다”라며  “사지마비 장애인을 고려한 AAC 시스템이 구축되어 하루빨리 기본권인 의사소통이 지원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뇌협은 기자회견문에서 “의사소통이 되지 않으면 교육, 노동, 일상생활 등 모든 생활에서 소외와 차별을 받게 된다. 그 결과 중증장애인의 가장 큰 바람인 자립생활이 불가능하게 된다”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2조 정의, 21조 표현과 의견 및 정보접근의 자유, 24조 교육 등에서 의사소통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고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도 정당한 편의제공을 명시하고 있다”라며 AAC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자회견 후 참가자들은 서울시의회 의장 면담 요청서를 의회 측에 전달했다.

 

▲"서울시의회는 의사소통지원센터 예산을 확보하라"

 

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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