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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기, 장애아동에게 ‘교육’은 없었다

김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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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학급 통합교육 입학한 장애아동, 결국 학업 ‘중단’
“통합교육, 제도만 있을 뿐 제대로 시행하고 있지 않아”
 
2014.03.14 23:46 입력
▲지난 12일, 선영이(가명)가 엄마와 함께 등교하고 있다.

선영이(가명, 8세)는 뇌병변장애가 있다. 3월 3일, 선영이도 드디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그러나 지난 12일 이후 더는 학교에 나가지 않는다. 앞으로도 학교에 다닐지 알 수 없다. 지난 9일간,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 휠체어 타는 장애아동, 교실에선 휠체어 사용 안 돼
 
선영이는 하반신 장애로 휠체어를 탄다. 누군가 부축해주면 힘겹게 걸을 수 있으나 혼자 걷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지적장애는 없기에 올해 일반학교 일반학급에 입학했다.
 
입학한 학교에 특수학급이 있으나 비장애 아동들과 함께 통합교육을 받기로 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완전통합교육’을 택했다. 이는 특수학급으로의 이동 없이 일반학급에서 비장애 아동들과 일과 시간 동안 같은 교육을 받는 것이다.
 
선영이 어머니 박지은 씨(가명)는 일반학급에서의 ‘완전통합교육’을 택한 뒤 개학 전인 지난해 12월과 2월 학교를 두 차례 방문해 특수교사와 아이의 학교생활에 대해 면담을 진행했다.
 
그러나 개학해서 등교해보니 특수교사는 바뀌어 있었다. 박 씨가 만났던 특수교사는 2월 28일로 그만두고 새로운 특수교사가 온 것이다. 박 씨는 두 차례에 걸쳐 했던 이야기를 새 특수교사에게 또다시 해야만 했다.
 
이것은 시작이었다. 학교는 선영이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장애아동에게 맞는 높낮이 조절 책걸상도 없었다. 무엇보다 여자아이인 선영이를 남자 보조원이 화장실 보조를 한 것이 드러나면서 박 씨는 크게 당황했다.
 
또한 선영이는 교실 내에서 휠체어를 사용하지 못했다. 교실은 좁고 아이들은 많아 휠체어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아이는 교실에서 휠체어와 분리된 채 지내야 했다. 박 씨가 매일 아침 등교를 도와 교실 의자에 선영이를 앉혀놓으면 아이는 종일 그곳에 앉아 있었다.
 
문제는 예기치 못한 곳에서도 일어났다. 담임교사와의 소통이 문제였다. 선영이의 담임은 올해 신규 발령 난 교사로 그 자신도 새로운 학교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담임교사 역시 새 학교, 새학기에, 단 한 번도 맡아본 적 없는 통합학급에 적응해야 했다.
 
그렇게 하루하루 지나는 사이, 매일 선영이의 등하교를 돕는 박 씨의 눈에는 자꾸만 위축되어가는 아이의 모습이 눈에 밟혔다. 그러던 중 지난 6일, 선영이의 담임교사에게서 면담 요청이 왔다.
 
박 씨는 선영이에 대해 담임이 여러 부분에 대해 궁금해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박 씨는 선영이의 부모로서 담임에게 요청할 부분에 대해 미리 준비했다. 그러나 면담에서 박 씨는 담임에게서 “학급에 많은 학생이 있으니 선영이에게 신경을 크게 못 쓰더라도 서운해하지 말라”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속상하고 실망스러웠다. 며칠 후 박 씨는 담임에게 면담을 다시 요청해 속상한 마음을 전하니 담임은 “왜 자꾸 특별대우를 바라느냐”라고 했다.
 
이에 대해 현재 담임을 맡고 있는 ㄱ교사는 “다리만 불편할 뿐 지적 능력은 같기에 다른 아이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자연스럽게 친해지길 바라는 마음에 이야기한 것인데 오해가 빚어진 것 같다”라며 “특수아동에 대한 이해 없이 처음 통합반을 맡게 되어 어머니와 소통되지 않은 부분이 가장 컸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선영이가 다니고 있는 서울의 ㅅ초등학교
 
# 학교 가고 싶어하는 장애아동, 그러나….
 
담임 면담 후 박 씨는 교장과도 면담했으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박 씨가 담임, 특수교사, 교장 등과 면담하며 학교에 문제 제기를 하는 동안에도 아이의 학교생활은 이어졌다. 그리고 하교 후 집에 돌아온 선영이는 학교에서 자신이 혼자 할 수 없었던 부분에 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선영이는 다른 아이들처럼 교실을 한 번 걸어 다녀보고 싶다고 했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사물함에서 물건도 꺼내보고 학급문고에 꽂혀 있는 책도 직접 골라보고 싶다고 했다. 다른 아이들에게 먼저 다가가 이야기도 걸어보고 싶었다.
 
그러나 교실에서 선영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행동은 아무것도 없었다. 누군가 휠체어를 가져다주기 전까지는 의자에서 움직일 수 없었고, 화장실 또한 누군가 도와야만 갈 수 있었다.
 
남자보조원이 선영이의 화장실 활동보조를 했다는 것에 박 씨가 문제제기를 한 뒤엔 특수교사가 보조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그렇게 신학기 2주차가 흐르고 있었다. 교실에서 아이들은 웃으며 교실을 뛰어다녔고 선영이는 조용히 앉아 있었다.
 
결국, 박 씨는 올겨울로 예정되어 있던 선영이의 다리 수술 날짜를 오는 18일로 앞당겼다. 선영이에게는 수술하면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설득했다. 학교 다니면서 겪었던 일은 이제 겪지 않아도 되며 친구들과 더 즐겁게 다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모든 것이 더 재미난 학교생활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처음 수술 이야기를 꺼냈을 때 선영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 12일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온 선영이는 “언제 다시 학교에 갈 수 있느냐”라고 물었다. 선영이는 수술 후 한 달의 회복기를 거친 뒤 다시 학교에 갈 것이라고 알고 있다. 자신이 할 수 없는 것이 많은 학교지만 그래도 선영이에게 학교는 가고 싶은, 좋은 곳이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박 씨의 마음은 혼란스럽다. 선영이 학교생활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갑갑하고 자꾸 울음이 찬다.
 
수술 후 학교에 돌아간다 한들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학교 자체 예산으로 높낮이 책상은 준비해준다고 했으나 그뿐이다. 올해 예산 책정이 끝나서 보조원은 다시 신청할 수 없고 교실 내에서 휠체어는 여전히 사용할 수 없다. 담임과의 소통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보다 나아질 것은 거의 없다.
 
# 결국 ‘학업 중단’, 너무나 ‘일상적인’ 장애아동의 신학기
 
그러나 이러한 일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일선에선 이러한 장애아동의 교육 환경은 너무 ‘일상적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장애아동을 둔 한 부모 단체 관계자는 “신학기에 이러한 일은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학교의 준비 부족 때문에 긴밀한 문제들에서 받쳐주지 못하면 아이는 크게 영향을 받는다.”라며 “현재 교사와 학교는 장애아동에 대한 개별적 지원은 하지 않고 있어 아이의 학교 적응은 불안정하고 결국 학교에 가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라고 밝혔다. 결국 학부모가 학교에 끊임없이 찾아가 요구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올해 장애아동을 초등학교에 보낸 김미혜 씨(가명) 또한 학교의 처사가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어 항의하려 했지만, 아이에게 불이익이 돌아갈까 봐 결국 말하지 못했다.
 
김 씨의 자녀는 뇌병변장애 3급으로 일반학교 일반학급에서 통합수업을 받는다. 아이는 불안정하지만 걸을 수는 있다. 신학기, 김 씨는 방과후와 돌봄교실을 신청했으나 담임으로부터 장애를 이유로 거절당했다.
 
김 씨는 “몸은 불편하지만 재활치료, 수술 등으로 좋아질 거로 생각한다. 인지는 비장애아동과 같다. 그러니 특수학급보다 비장애 아동과 함께 일반학급에서 교육시키려고 했다. 그런데 교사들은 아이를 책임지려 하기보다 특수학급으로 보내려는 것 같다”라고 갑갑한 마음을 전했다. 
 
▲장애아동들과 그 부모는 열악한 교육 환경으로 여전히 고통 받고 있다.
 
# 내년에도 학교 현실은 변하지 않아
 
그렇다면 내년엔 조금 나을까. 선영이가 더는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는 소식에 지난 12일 이 학교 교장은 “아직 학기 초이니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갈등을 풀어보자”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씨는 “이미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황에서 더이상 다니는 것도 아이에겐 고통이다. 아이를 편하게 보낼 수 없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교장은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다. 자신을 믿어달라”라면서 “내년에라도 선영이가 다시 돌아온다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과연 가능할까. 내년에도 보조원 확충 여부에 대해서는 교육청 예산이기에 알 수 없고, 교실 내 휠체어 사용은 학급 인원 때문에 불가능할 것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담임 문제 역시 내년이 되어야 알 수 있다고 교장은 답했다. 결국 내년에도 변하는 건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 씨가 택할 수 있는 대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 일단 선영이는 한 달의 회복기를 거친 후 재활치료에 전념할 생각이다. 이것만으로도 이미 1학기가 지난다. 그 뒤에는 인터넷 화상수업을 들을지, 특수아동을 대상으로 한 순회 교육을 신청할지, 전학을 갈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 막막하다. 그래서 박 씨는 지금 당장은 18일에 예정된 수술만을 생각하기로 했다.
 
“사실 학교에 대해서는 기대를 많이 내려놓은 상태예요. 통합교육은 제도만 있을 뿐이지 이것을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제대로 시행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법으로 명시되어 있으니 형식적으로만 있는 건 아닌지. 통합교육, 여전히 먼 것 같아요.”  
 
학교는 과연 무엇을 ‘문제’로 보고 어느 수준을 ‘해결’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학교 측은 시간적인 여유를 갖자고 말하지만 그 시간에도 아이들은 자란다. 그리고 상처받는다. 휠체어에 앉아 있는 선영이를 향해 복도를 지나가던 한 아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아이다”라고 외치며 지나갔다. 물론 '악의'는 없어 보이는 말이었지만, 이에 대해 선영이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장애아동에게 ‘교육’이 있는가. 통합교육을 이야기하려면 구체적인 현장에서 이 ‘교육’에 대해 다시 물어야 할 것이다. 장애아동들은 지금 학교와 교실에서 무엇을 경험하는가.


출처 : 비마이너 / 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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