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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앞둔 장애인 참정권, 곳곳에 장벽

김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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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지방선거장애인연대, 장애인 참정권 실태 점검
      선관위, 발달장애인·시설거주장애인 참정권 대책 없어
2014.03.19 19:16 입력 - 출처 : 비마이너
▲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위한 정책 간담회가 19일 늦은 2시,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렸다.
 
6·4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둔 상황에서 여전히 열악한 장애인 참정권을 개선하라는 장애인계의 요구가 쏟아져 나왔다.
6·4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둔 상황에서 여전히 열악한 장애인 참정권을 개선하라는 장애인계의 요구가 쏟아져 나왔다.
 
‘장애인참정권 보장을 위한 정책 간담회’가 19일 늦은 2시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2014지방선거장애인연대 주최로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아래 선관위) 관계자가 참석해 장애인 참정권 침해에 대한 개선책을 제시했지만, 발달장애인과 시설거주 장애인의 참정권 침해에 대해서는 어떠한 대책도 제시하지 못했다.
 
신형 장애인 기표대, 개선은 했다지만…
 
이날 간담회에서는 먼저 선관위의 신형 장애인 기표대가 다시 문제로 거론되었다. 애초 선관위는 전동스쿠터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의 민원을 받아들여, 오는 지방선거에서부터 신형 장애인 기표대 3만 개를 제작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아래 장추련) 등 장애인 단체들은 이 신형 기표대가 손 사용이 자유롭고 몸을 90도로 틀 수 있는 장애인만 사용 가능한 것이라며 반발해 왔다.
 
또한, 지난 6일 장애인 당사자들이 직접 선관위를 찾아가 기표해 본 결과, 신형 기표대는 폭이 좁고 내부 길이도 짧아 전동휠체어 등을 이용한 장애인이 혼자서 기표하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았다.
 
이런 장애인 당사자들의 비판에 선관위는 결국 정면에 기표판을 마련하고 책받침 형태의 임시기표판을 통해 기표하도록 보장하기로 했다.
 
그러나 장추련 박김영희 사무국장은 장애인 참정권이 충분히 보장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박김 사무국장은 “선관위가 장애인의 선거권 보장을 위해 설계를 재검토하기보다는 인적서비스를 통한 보완만을 지속적으로 이야기해왔다”라면서 “선관위가 오히려 혼자 투표가 가능한 선거권자의 권리를 빼앗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박김 사무국장은 “최근 몇 년간 있었던 공직선거에서도 투표소가 지하 또는 2층에 있어서 전동휠체어 등을 이용하는 장애인이 물리적으로 접근할 수 없는 일이 빈발했다”라면서 “이에 선관위는 장애인을 짐짝처럼 들어서 옮기겠다는 입장이었다"라고 비판했다.
 
박김 사무국장은 “그러나 몇몇 장애인이 1인 시위 등을 통해 투표소를 1층으로 옮기도록 해, 이제 겨우 장애인의 이동권을 온전히 보장한 형태로 투표소로 접근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라고 설명했다.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김태현 실장도 “지난번 지방선거에서도 미리 투표소 접근권 관련해서 지역 선관위와 간담회를 진행했던바 있지만, 막상 투표장소를 엘리베이터가 없는 유치원 지하에 설치하는 바람에 지역 선관위를 찾아가 항의해야 했다”라며 투표소 접근권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사무국장(왼쪽),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하성준 사무국장(가운데),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여준민 활동가(오른쪽)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사무국장(왼쪽),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하성준 사무국장(가운데),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여준민 활동가(오른쪽)
 
선거는 민주주의 꽃? 시청각 장애인들에게는 “향기 없는 꽃!”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의 물리적인 접근권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한국농아인협회 김현철 과장은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지만, 청각장애인들에게는 향기 없는 꽃일 뿐”이라며 열악한 참정권 실태를 전했다.
 
김 과장은 현재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통역 화면 크기가 TV 전체 화면의 1/16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비장애인에게 소리로 선거 정보를 전달할 때 1/16의 크기로 전달한다면 납득할 수 있겠냐”라며 수화통역 화면 크기 확대를 촉구했다.
 
김 과장은 “지난 대선에서 KBS와 MBC 등은 TV 토론에서 자막방송만을 제공하는 등 청각장애인의 정보 접근권을 제한했다”라면서 “이에 당시 선관위에 임시조치 청구소송을 내기도 했었다”라고 전했다.
 
이에 김 과장은 하나의 대안으로 수어형 선거공보 제작을 의무화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인터넷 및 스마트폰 QR코드를 이용해 농인이 수어형 선거공보에 손쉽게 접근하도록 할 수 있다”라면서 “실제로 지난 19대 총선에서 농아인협회 중구 지회에서 자체제작해 본 결과 QR코드 제작비용과 수화통역비 정도만 투자하면 손쉽게 만들 수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오지선 사무관
 
시각장애인도 선거 관련 정보 접근이 제한되어 있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하성준 사무국장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공보물은 한 면에 담을 수 있는 내용이 비장애인을 위한 공보물보다 적을 수밖에 없는데, 공보물 면수 제한은 점자와 활자 공보물이 동일하게 되어 있어 시각장애인에게 적은 정보만이 전달될 뿐”이라며 개선을 촉구했다.
 
이에 선관위 오지선 사무관은 QR코드를 이용한 수어형 선거공보에 대해서 “이 제안은 제도적 근거를 따로 마련하지 않아도 바로 실시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 사무관은 점자 공보물 면수 제한 개선에 대해서는 “공직선거법 65조 4항에 규정된 공보물 면수 제한 규정이 폐지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점이 있어 당장 개선되기는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대리투표 만연’ 시설거주 장애인, ‘투표권 박탈’ 발달 장애인 
 
이날 간담회에서는 더욱 심각한 참정권 박탈 문제로 시설거주 장애인과 발달장애인의 대리투표 등이 지적됐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여준민 활동가는 거소 투표가 이뤄지는 장애인 생활시설에서 여전히 대리 투표가 성행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대책을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는 선관위를 질타했다.
 
여 활동가는 “15년 전 한 장애인시설에서 대리투표 문제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어 사회문제가 됐지만, 지금까지 달라진 것은 없다”라면서 “특히 거소 투표 신청 대상이 될 수 없는 거동이 가능한 지적장애인들의 거소 투표가 대거 진행되었고, 시설 원장에 의한 대리 투표 의혹이 있어왔다”라고 밝혔다.
 
여 활동가는 “그러나 대리 투표 의혹이 있어도 투표용지가 섞여버리면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이유로 대부분 무효 판정을 받고 만다”라면서 “선관위에서도 사실상 거소투표가 이뤄지는 장애인 시설에 대한 관리를 방기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선관위 오지선 사무관은 “현재 거소 투표자가 10명 이상으로 기표소가 의무적으로 설치되어야 하는 곳에 대해서는 관리인을 배치하도록 투표관리편람에 명시했다”라면서 “대리 투표 의혹을 불식시키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현행 공직선거법과 국민투표법 등에서는 ‘금치산선고를 받은 자’에 대해서는 투표권을 박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치훈 정책실장은 “이 규정이 발달장애인의 참정권 제한과 직결된다”라고 지적했다.
 
물론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성년후견제도에 따라 ‘금치산’이라는 용어는 2018년까지 개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김 정책실장은 “공직선거법이 개정될 때, 만약 ‘금치산선고’가 ‘성년후견심판’으로 대체되는 데 그치면 발달장애인을 포함한 인지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참정권을 근본적으로 제한하는 독소조항으로 계속 기능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 오 사무관은 “발달장애인의 참정권 침해가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면서 “공직선거법 개정 시 지적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히 검토하겠다”라고 밝혔다.
 
오 사무관은 “최근 신형 기표대 문제 때문에 장애인단체의 반발을 접하면서 장애인 참정권에 대해 많이 미흡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됐다”라면서 “앞으로 정책결정 과정에서 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하금철 기자 rollingstone@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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